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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이은 ENTJ X INTP의 사랑이야기
지난번까지는 INTP 남친이 어떤 식으로 나에게 접근해왔는지를 적었다. 그 당시 나는 남친이 연하이기도 하고 나도 하고 있는 일도 많았고 해서 전혀 인팁 남친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럽게 연하 인팁에게 기대기 시작하게 되었는데, 오늘은 그 날의 이야기를 적어보겠다.
(주의) 다만 이게 3년도 넘은 일이라서 기억과 사실이 100%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음을 미리 밝혀둔다. 그래도 최대한 기억나는대로 적으려 노력했다.
- 여기부터 시작 -
나는 원래 독립적인 성향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족 포함) 힘들거나 약한 소리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힘든 일이 있어도 나 혼자 버텨내고, 최선을 다해서 현상을 타개하는 편이다.
여자인 친구들에게는 가끔 약한 모습을 이야기 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남자인 경우는 내가 이성적 관심이 없는데 상대방이 나에게 어떠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경우 여지를 주면 곤란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히 철벽을 치는 편이다.
내가 남친이 있다가 없다가 이렇게 해서 안지가 10년정도 되는 사이라면 남자인 친구에게도 조금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그래도 거의 안함. 엔픞 같은 사람들이 계속 캐물어야 겨우 말함, 혹은 양측 다 애인이 있는 경우는 가능) 그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나의 힘든 이야기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나의 선생님이나, 혹은 조장 등 어떤 직책에 의해서 나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 사람들은 제외)
아무튼 내가 이런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 인팁과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인팁 남친은 그 이후도 계속해서 몇달동안 나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왔다.
기억에 남는 대화. (뭔가 인팁이 도와준다고 했는데 내가 알아서 한다고 말한 상황) 인팁: 그렇게 이야기 하지 마요. 내가 세상 조금 살았어도 도와 줄 수 있는 건 도울 수도 있는 거지. 맨날 스스로 한대. 나: 알아서 하는 게 버릇이 되었나봐 알았어 :)
그러던 어느날. 처음 연락 온 시점에서 3~4개월이 지난 시점.
처음으로 단둘이 카페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우리는 같은 봉사팀에 속해 있었어서 한달에 몇번씩은 만났던 것 같은데, 우리가 그 공간을 벗어나서 봉사 외적으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 그건 우연한 일이었다. 선배 A가 우리 둘한테 같이 밥이라도 한번 하자고 해서 만나게 되었는데, 시간이 떠서 그 사이 시간에 같이 카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인팁이 왔고 커피를 주문했다. 아메리카노에 샷추가. 인팁에게 나는 시험이 얼마 안 남아서 뜨는 시간에 공부를 좀 해야겠다고 하고 문제를 풀고 있었다.
나는 당시에 토플과 GRE공부를 하고 있었다. 바쁜 프로젝트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빨리 영어 성적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사이에 점점 몸이 쇠약해지고 있었다. 지금 와서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살이 엄청 빠져서 성인이 되고 나서 최저 몸무게를 달성하고, 뭘 먹어도 잘 소화가 안 되고 기력이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나는 공부나 일에 집중을 하면 좀 몸 상태를 잘 모르는 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쉴 만한 때에도 나는 잘 쉬지 않고 일을 우선시하는 편이고, 그러다가 아픈 편이다.
저 때 사실 1년 정도에 걸쳐서 어떠한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낸 상태라, 쉬었어야 했는데, 그걸 무시하고 영어 공부를 하고 있자 내 몸이 나에게 신호를 보낸 것 같다.
아무튼 그날도 아메리카노에 샷을 추가해서 마시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었다. 과호흡 증상이었다.
나는 그전까지는 카페인을 먹었을 때 이런 반응이 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놀랐다. 숨을 쉬기 힘들어지자, 정말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기억에 증상은 5분정도 지속되었던 것 같다.
내가 너무 힘들어하자 인팁 남친은 해결방식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주었던 것 같다.
나는 진정이 잘 안되어서 인팁의 팔을 잡았다. 그런데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게 안정감을 주어서 그런지 마음이 좀 안정되었다.
인팁 현남친이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잡으라고
(나중에 들어보니 인팁 남친은 손을 통해서 상대방의 맥박을 느끼면 심장 박동의 속도가 맞춰진다고 배운 것이 기억나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손을 잡고 인팁의 지도에 따라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인팁이 자기 맥박 박자로 손을 두들겨 주면서 내가 안정을 취할 때까지 도움을 주었다.
그러는 동안 내 심장은 두근두근 대다가 맞잡은 손으로 전해지는 인팁의 맥박에 따라서 점점 잦아들었다.
이 때부터였다.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인팁이 다르게 보이던 건. ㅎㅎ
그리고 나서 우리는 선배와 만나서 저녁을 먹고 나는 집에 무사히 잘 들어갔다.
그리고 나와 인팁의 관계는 조금씩 변화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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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이렇게 적어보고 나니까 느껴지는 건데 ENTJ가 원래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보통때에는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뭔가의 계기가 있어서 약해진 상태가 아니면, 이성을 찾으려는 관심도 별로 적은 것 같다.
나 혼자도 괜찮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사실 이성친구가 없었던 적은 또 많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다.
암튼 사랑은 타이밍이라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난 내가 지금의 남친과 사귀게 될 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하지 못했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