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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그랬다. 부모가 흙수저라서 내가 고생을 많이 한다고. 요즘에는 흙수저가 잘 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려서 너가 고생하는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빠가 본인을 흙수저라고 이야기할 때 그 마음이 어땠을지. 아빠의 카톡 프로필 사진은 내가 서울대에서 받은 상패로 되어 있다. 아빠에게는 그것이 살아가는 힘 같은 것일까.
나는 그랬다. 내가 실패하면 안 된다고, 더 잘 해내야 하고 아직도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면서 매일 매일을 살아간다.
어제는 서울대생이 우울해한다는 고민을 다룬 영상을 마주했다. 서울대에서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해도 주변에 뛰어난 학생들 때문에 좌절한다는 내용의 글.
나도 대학에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중학교 때도 전교 1등을 한 적이 있었던 것 같고, 고등학교때도 그랬던 것 같다. 이마저도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늘 전교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정도의 성적이었던 것 같다. 그러던 내가 서울대에 합격했고, 그 중에서도 꽤 경쟁적인 학과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해외파가 많아 영어는 원어민 수준으로 했고, 국내파였어도 다양한 사교육을 통해서 이미 수학, 영어를 뛰어나게 잘하는 학생이 많았다. 나는 그런 상황 속에서 동기들과 나를 비교하며 마음이 많이 무너졌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에 어머니가 아프시고, 또 집안 상황이 좋지 않으면서 다니던 학원들도 그만두고 결국에는 인강과 독학으로 서울대에 진학했다. 나는 서울 근교 출신으로 주변 친구들도 형편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우리 집 상황은 객관적으로 좋지 않았다. 아무튼 나는 어머니가 아프시기 때문에 내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면 어머니가 마음이 힘드실 것이라고 생각해서 더 공부를 열심히했고, 어머니가 아프신 그 해 나는 전교 1등을 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서울대에 진학했지만, 학교에 가보니 주변 학생들은 너무나 뛰어난 애들이 많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력 뿐이었다. 노력은 날 배신하지 않는다고 느꼈으니까.
그렇게 서울대를 다니며 또 휴학을 하고 해외생활을 해보며, 지금까지 열심히 해 온 결과 서울대 졸업시에도 최상위권은 아니어도 괜찮은 성적으로, 외국어도 3개를 회화 가능, 신문 독해 가능한 실력으로 만들었고, 영어와 일본어로는 논문을 집필할 수 있는 정도까지 되었다. 그리고 더불어서 음악, 미술, 체육 쪽으로도 능력을 계발해서, 저작권 보유 곡이나 미술 작품 등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여기서 끝난다면 해피엔딩일 것 같은데, 인생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겉으로 성과를 만들어내고 웃고 밝게 지내지만, 나는 늘 나와 싸우며 살아간다. 최선을 다하는 버릇은 양날의 검 같아서, 나를 쉴 수 없게 한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열심히 해야 하는데, 열심히 할 힘이 나지 않는 그런 날. 부모님의 전화를 받기에도 마음이 무거운 날. 나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분야에서 실패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크고, 그럴 경우 가족의 실망, 또 나를 아는 사람들의 실망 및 평가를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꼈다. 사실 내 주변의 사람들도 내가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열심히 해서 지금까지 성과를 만들어온 것을 알고 있다고.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았던 것 같은 상황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꿈을 쫓아서 계속 나아가고 있다고. 지금까지 이룬 것만으로도 이미 잘하고 충분한 것이라고. 그래서 마음이 좀 편안해지니, 오늘 열심히 할 힘이 나왔다.
2021년 새 해가 밝았다. 올 해는 나를 좀 더 사랑하고 싶다. 주변의 소리가 아닌, 내 마음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내 자신. 스마트폰 속의 사람들의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내가 되고 싶다.
사실 나는 우리 집이 흙수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자조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겠지만, 객관적으로 본다면 나는 우리 집이 보통이라고 생각하고 세상엔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이웃들이 다 부자여서 그렇지.
그리고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는, 여러 장학금의 손길의 도움이 컸다. 나도 이렇게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이루게 되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심리 상담을 하는 사람도 되고 싶어서, 심리학자분께 커리어도 여쭈어보고 있다. 부업이나 혹은 정년퇴임 이후의 진로로 심리상담을 생각중이다. 내가 힘들었던 만큼, 어려운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나에게는 건강한 신체와 정신, 그리고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나의 정체성이 있다. 불확실하고 불안한 이 세상 속에서 믿을 것은 하나님과 나의 내면뿐이라고 생각한다.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 집중하기. 올 해는 너무 많은 일을 하기보다 내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나만의 색깔을 찾는 내가 되고 싶다.
- 이번 이야기는 과거의 일들이 많아서 사실관계 및 사건발생순서 등이 틀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의 재해석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 개인의 일기인 만큼 엄밀성을 추구하지 않았음을 밝혀둡니다.
- 꽤 많은 분들이 글을 읽어주시고 계신 것 같아요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댓글과 격려는 글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편하게 의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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